
베인앤컴퍼니 (Bain & Company) 라는 컨설팅 회사에서 7주간 프로젝트 RA로 일했던 경험을 써보고자 한다.
정규 RA는 아니었지만 컨설팅 인턴십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란다.
[지원 - 합격 과정]
학교 취업 사이트에서 RA 공고가 떠서 지원을 하게 됐다.
오전에 이력서를 보냈는데 오후에 연락이 와 당일 저녁 9시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예상보다 매우 빠르게 면접을 보게 되어 몹시 당황했었다. 심지어 그날 과외도 잡혀 있어서 준비는 3시간도 채 하지 못하고 면접을 보게 되었다. 컨설팅 면접에 대해서 잘 몰랐을 때 지원을 하게되어 일단 구글에 "Consulting company interview" 를 검색해보았다. 케이스 면접과 Guesstimation 등의 질문을 대비하라고 하는데 도무지 어떻게 준비를 해야될지 몰라 멘붕 상태였다. 일단 과외 수업을 마치고 남산타워로 갔다. 로비에 도착해서 심호흡을 하다보니 면접 시간이 다가왔다. 로비로 내려와주신 위원님(베인에서는 이사/상무님/파트너님을 제외한 모든 분을 "위원님"이라고 부른다.)을 따라 오피스로 올라갔다.
면접은 회의실에서 진행되었고, 1차, 2차로 구분되었다.
1차 면접에서는 위원님께서 이력서를 바탕으로 간단한 질문을 몇가지 물어보신 후 본격적으로 실력 검증 면접을 진행하셨다. 프로젝트마다 성격이 달라 요구하는 RA의 자격/요건도 다른데,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영어실력이 중요한 프로젝트라 녹음본을 듣고 영어로 노트테이킹을 한 후 이해한 내용을 말씀드리는 것이 면접에 포함되었다. 2차는 케이스 면접이었다. 케이스 면접은 처음이나 마찬가지라 위원님의 질문조차 이해가 안가 역으로 질문을 많이 드리게 되었다. 합격 후 들은 얘기지만, 질문을 많이 한 점이 합격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한다. 리서치 등의 여러가지 일을 요청 받는 RA의 경우 불명확한 점을 바로잡아 정확하고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나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모르는 건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계속 질문해서 task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능력)을 높게 샀다고 하셨다. 케이스 면접때 구체적으로 어떤 질문을 하셨는지는 밝힐 수 없지만, 유튜브나 구글로 케이스 면접 예시를 접하고 가면 가면 도움이 될 것이다.
케이스 면접 난이도에 대해서 조금 더 얘기하자면 케이스 면접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나도 상식/학교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답변할 수 있는 정도였다. Framework에 너무 사로잡혀 진부하거나 전형적인 답변을 하는 것보다 나의 논리력과 thought process를 드러낼 수 있는 답변을 드리는 것이 개인적으로 더 좋은 것 같다.
면접은 전반적으로 좋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면접을 봐주신 위원님들 두분 다 매우 좋은 분이셨다. 프로젝트 RA는 해당 팀의 위원분이 면접을 보시기 때문에 팀 분위기도 미리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합격 이메일은 바로 다음날 오후 쯤 왔던 것 같다.
출근을 최대한 빨리 하면 좋겠다고 해서 이틀 뒤에 첫 출근을 하기로 했다.
[RA 생활]
1. 업무
업무는 전문가 인터뷰 노트 작성 + 리서치 + 엑셀/PPT 작업이 주를 이뤘다. 인터뷰 노트는 영어로 진행되는 전문가 인터뷰를 듣고 한국어로 노트를 작성하여 위원님들께 전송드렸다. 요약본이 아닌 세부 내용까지 적어야하는 노트라 학교 수업 때 dictation을 하던 실력(?)을 발휘해 작성하였다. 리서치는 뉴스기사부터 구체적인 기술 원리까지 난이도 편차가 매우 심했다. 엑셀 정리 및 PPT 작업은 크게 어렵진 않았지만 잘 덜렁대는 성격인 나에게 엄청난 꼼꼼함을 요구해서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전반적으로 업무 자체가 엄청난 생각과 능력을 요구하는건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일이 매우 많기 때문에 업무를 받을 때 우선순위와 필요하신 날짜/시간을 알려달라고 하여 이에 맞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좋다.
2. 워라밸
컨설팅 RA는 주말빼고는 워라밸이 없다고 보면 된다. 매주 금요일 6:00 칼퇴근을 제외하고 디폴트 퇴근시간이 새벽 1:30이었다. 물론 더 늦어지는 날도 있었다. 가끔씩 11시나 12시에 일찍 퇴근하라고 말씀해주신 날은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갈수있지?" 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ㅋㅋㅋ 그래서 평일엔 약속을 잡을 생각을 하면 안된다. 퇴근은 당연히 택시를 이용했고, 택시비는 청구할 수 있다. 스스로 신기했던 점은 체력적으로 그렇게 힘들진 않았던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새벽 2-3시 취침-9시 기상이 몸에 배서 그런건진 몰라도 생각했던 것보단 괜찮았다. 대신 주말에 잠을 몰아서 많이 자게된 것 같다. 일이 많다보니 시간은 매우 빨리 지나간다. 회사-집-회사-집을 반복하다보니 7주가 금방 지나갔다.
3. 인간관계
어느 회사생활이나 그렇듯 업무 자체보단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으냐/나쁘냐에 따라 경험이 달라지는 것 같다. 나의 경우 운좋게도 너무 좋은 팀원분들을 만나 즐거운 RA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모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분들이셔서 인턴 기간 동안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팀바팀..
4. 기타
점심은 약속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팀 위원님들과 항상 같이 먹었다. 가끔 상무님이나 이사님이 밥을 사주시는 경우가 있었지만, 점심 값은 항상 1/N로 계산한다. 오피스 키친에는 각종 음료와 커피가 제공되지만 간식은 없다. 대신 10시 넘어서 일하는 날은 야식비가 조금 나온다. 복장은 캐주얼로 입었다. 이것도 프로젝트에 따라 다른데, 우리 팀의 경우 클라이언트사에 갈 일이 없어서 첫날을 제외하고는 청바지, 운동화 등 캐주얼하게 입을 수 있었다.
[후기]
7주간의 길지 않은 RA 기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은 경험이었다.
먼저, 정말 똑똑하고 훌륭하신 분들 옆에서 일을 하며 "컨설턴트들은 이런 문제에 이렇게 접근하는구나~"하며 그 분들의 생각 구조를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새벽 1시에 진행되는 인터뷰에도 열심을 다하시는 모습을 보며 체력과 집중력의 한계는 내가 스스로 정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컨설턴트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다. 위원님들 모두 논리력과 끈기의 끝을 보여주셨다..
또 얻은 점은 하루 14시간이라는 어마어마한 근로시간을 경험하면서 "앞으로 어떤 일도 해낼 수 있겠구나"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컨설팅/IB/전략팀이 아니면 쉽게 겪지 못하는 워킹아워를 경험해본 것이 내겐 엄청난 자산이 되었다.
내가 피부로 깨달은 장점은 이력서 레벨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Bain & Company가 한 줄 추가된 이력서는 나에게 매우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RA 경력 전에는 이력서를 보내도 답변이 오는 확률이 50:50? 심지어는 더 적었던 것 같다. 하지만 Bain이 추가되고 난 후 서류통과비율은 100%를 달성할 수 있었다. 아마 위에서 말한 장점과 비슷한 맥락으로, 채용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컨설팅 기업 RA를 견뎌냈으니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는게 아닐까.. ㅎㅎ
전반적으로 나에겐 거의 커리어 터닝포인트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소중한 경험이었다. (커리어라고 부를만한 커리어는 없지만..ㅋㅋ)
Bain & Company에서의 인턴 후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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